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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오는 봄이라던가. 청춘. 청춘. 청춘… 되뇌고 있으면 두 글자 사이에서 푸슬푸슬 새싹이 돋아 오르는 것이 보인다. 가열차게 흙을 치고 올라오는 그 폼이 제법 멋들어져 가슴에 꼬옥 끌어안아버리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아슴아슴하게 피어오르던 그 시절엔 알아차리지 못 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발걸음이 의기양양했는지, 누구 때문에 가슴이 그리 속절없이 두근 두근 거렸는지. 다만 그것이 눈앞에 보여서 달려갔고 함께 뛰어들 사람이 있어서 몸을 내던졌 을 뿐. 하지 말아야 할 사랑이라든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든가 하는 것은 그 시절엔 도무지 헤아리지 못했다. 그저 돌이켜보면 눈이 부시게 새파래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야 마는, 상흔 은 남았으되 도무지 얼마만큼의 무법(無法)과 싸웠는지 계산조차 하기 어려운 나날들이었을 뿐. 그렇게 청춘은 흘러갔다고…하던가. 반드시 지나간 후에나… 그것이 청춘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던가. 열여덟 사랑니 같은 불청객, 청춘 <청춘, 18대1>은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릴-레-이>, <호야(好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한아름∙서재형 콤비의 신작이다. 18대 1로 맞붙어 싸워본 적이 있는, 혹은 아직 싸우는, 당신에게 건넨다는 이 작품은 1945년 광복 한 달 전 독 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18살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커다란 무언가를 위해서 자신을 내던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순 간 다가온 일을 했을 뿐이다. 1945년 6월15일. 동경.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세 명의 젊은이, 강대웅, 정윤철,기철 형제는 자신들이 조선인임을 숨기려 일본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조선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쯔리 축제에서 누군가 에게 쫓기던 김건우를 도와주게 된다. 치명상을 입은 김건우를 업고 도움을 받으러 간 강대웅의 애인 이토에(윤하민)의 댄스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김건우가 숨지고 댄스홀로 찾아온 김건우의 일본인 부인 나츠카를 통해 그들은 김건우와 이토에가 댄스 파티를 열어 동경 시청장을 암살하려 한 계획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던 1945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죽음을 당했던 그 때, 맨몸으로 총 칼을 막은 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사는 방식도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과 나를 믿어주 고 내가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열정일 것 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바로 시대를, 역사를 바꾸지 않을 까. 신념보다는 믿음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그들이‘청춘’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청춘, 18대1>은 바로 이 애절한 청춘들에게 보 내는 뜨거운 한 통의 편지 같은 이야기이다. 두산아트센터 <청춘, 18대1> 생에 한번쯤, 뜨겁고 무모한 춤 프리뷰 일시 : 7월12일�8월31일 평일8시, 토3시7시, 일4시, 월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출연 : 민대식, 이진희, 김성표 외 문의 : 708-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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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77.pdf · 18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19 한바탕토악질같은눈물 의이야기는1945년동경의댄스홀에서시작된다.

1716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일생에단한번찾아오는봄이라던가. 청춘. 청춘. 청춘…되뇌고있으면두 자사이에서푸슬푸슬

새싹이 돋아 오르는 것이 보인다. 가열차게 흙을 치고 올라오는 그 폼이 제법 멋들어져 가슴에

꼬옥끌어안아버리고싶다. 그러나그렇게아슴아슴하게피어오르던그시절엔알아차리지못

했다. 무엇때문에그토록발걸음이의기양양했는지, 누구때문에가슴이그리속절없이두근

두근거렸는지. 다만그것이눈앞에보여서달려갔고함께뛰어들사람이있어서몸을내던졌

을 뿐. 하지 말아야할 사랑이라든가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든가하는 것은 그 시절엔도무지

헤아리지못했다. 그저돌이켜보면눈이부시게새파래서눈물이왈칵쏟아지고야마는, 상흔

은 남았으되 도무지 얼마만큼의 무법(無法)과 싸웠는지 계산조차 하기 어려운 나날들이었을

뿐. 그렇게 청춘은 흘러갔다고…하던가. 반드시 지나간 후에나… 그것이 청춘이었음을 알아차릴

수있다고하던가.

열여덟사랑니같은불청객, 청춘

<청춘, 18 1>은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릴-레-이>, <호야(好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한아름∙서재형

콤비의 신작이다. 18 1로 맞붙어 싸워본 적이 있는, 혹은 아직 싸우는, 당신에게 건넨다는 이 작품은 1945년 광복 한 달 전 독

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18살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커다란 무언가를 위해서 자신을 내던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순

간다가온일을했을뿐이다.

1945년 6월15일. 동경.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세 명의 젊은이, 강 웅, 정윤철,기철 형제는 자신들이 조선인임을 숨기려

일본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조선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쯔리 축제에서 누군가

에게 쫓기던 김건우를 도와주게 된다. 치명상을 입은 김건우를 업고 도움을 받으러 간 강 웅의 애인 이토에(윤하민)의 댄스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김건우가 숨지고 댄스홀로 찾아온 김건우의 일본인 부인 나츠카를 통해 그들은 김건우와 이토에가 댄스

파티를열어동경시청장을암살하려한계획을알게되고충격에빠지게되는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던 1945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죽음을 당했던 그 때, 맨몸으로 총

칼을 막은 건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 때문이었다. 시 가 변한 만큼 사는 방식도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과 나를 믿어주

고 내가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열정일 것

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바로 시 를, 역사를 바꾸지 않을

까. 신념보다는 믿음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그들이‘청춘’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청춘, 18 1>은 바로 이 애절한 청춘들에게 보

내는뜨거운한통의편지같은이야기이다.

두두산산아아트트센센터터<<청청춘춘,, 1188 11>>생생에에 한한번번쯤쯤,, 뜨뜨겁겁고고 무무모모한한 춤춤

프리뷰

일시 : 7월12일�8월31일

평일8시, 토3시7시, 일4시, 월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작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출연 : 민 식, 이진희, 김성표외

문의 : 708-5012�3

Page 2: 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77.pdf · 18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19 한바탕토악질같은눈물 의이야기는1945년동경의댄스홀에서시작된다.

18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19

한바탕토악질같은눈물

<청춘 18 1>의 이야기는 1945년 동경의 댄스홀에서 시작된다. 그들에게 춤은 독립운동이며 사랑이며 삶

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 뜨겁고 무모한 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너울너울 찾아와 지금 우리에게 또한

같은 땀방울을 흘리게 한다. 살아있다면 심장도 눈물도 사랑도 눈빛도 싸움도 그리고 절망까지도 뜨거워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푸르른 봄의 시절. 세월의 달음박질은 무시한 채 성급히 피어나고 성급히 흐드러져 버

린 꽃의 나날들. 땅에 떨어진 꽃잎은 그 생을 마치고 어둠의 시간 속으로 몸을 감춰야 하겠지만, 그 누가 알

랴. 다리가 없어 걷지는 못하지만 갓털을 타고 날아올라 새 세상으로 떠날 수 있는 길가의 샛노란 들꽃의 비

을. 그 누가 알랴. 끝난 줄 알았던 청춘의 춤사위가 빨갛게 혈관을 다시 타고 올라오는 날의 비 을. 사그

러들줄 모르는 태양의 열기는 밤이 되면 바다 속으로 얼굴을 감추지만 끝나지 않는 청춘의 노래에 한바탕

토악질 같은 눈물을 뿜어내고 나온 당신의 마음은 아마도 밤이 지나고 다음 밤이 지나고 또 다음 밤이 지나

도그뜨거움을잊지못할것이다.

_이가원기자([email protected]) & 사진_서동신(maroblue studio실장) & 극단제공

저희에겐혁명적인작업이에요

연출가서재형

지금 러닝타임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할 얘기도 너무 많고 음악에, 움

직임에… 근데 그런 건 그동안 많이 즐겼던 거니까 실제 목표는 더운 여름날 공

연장 와서 한 시간쯤 울고 나가는 거예요. 그들 청춘들의 죽음을 한껏 안타까워

하며 펑펑 울고 나서 문 열고 나가면 7,8월의 더위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겠

죠. 그때 시원한 커피나 맥주 한잔 마시고 나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이 희한한

연극적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고. 이제까지 저희가 만든 공연은 사실 관객들이

‘구경한다’는 것이 맞았죠. 쟤네들 특이한 거 하는구나 하는 일종의 구경이었

는데 이번에는 동화를 시키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게 동화시키되 잠깐 코끝

찡하고 이런 거 아니고 기왕 할거면 제 로 되었으면 하는 거죠. 근데 러닝타임

은사실확신못해요. 2시간40분만들었다가40분걷어내고이러니까(웃음).

만원짜리한장달랑들고강릉다녀오는정신머리. 그게아마우리들이말하는

젊음이고 청춘이지 않을까. 이제는 콘도 없으면 안 놀러가겠죠(웃음). 말도 안

되는데 가서 자고 나오면서도 낄낄댔던 그때 그건 뭐냐 싶은 거고. 그 무모함이

관객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어쩌면 이런 것은 밖에서는 일반적인 작업이겠

죠. 그런데 우리에겐 혁명적인 거에요. <죽도록 달린다>보고 뮤지컬이냐고 하

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형식적인 실험은 그동안 많이 해왔으니 이번에는 이

야기에 중심을 싣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런 작업들이 또 그전의 것들과

합쳐져서 이 시 에 새로운 연극적 안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가는 길을 제시

해준다면좋겠고요.

오매불망신작하기만기다리고있었어요

작가한아름

2006년도 10월달 정도에 모티브는 있었고요 머릿속에 작품은 굉장

히 빨리 완성되었어요. 두산에서 제의가 와서 감사하게 정말 오랜

만에 신작을 하게 되었죠. 책상서랍에 묵혀놓고 있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2006년 1월달 이후로 신작을 못했거든요. 오매불망 신

작 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었죠. 제가 결혼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정서

가 좀 바뀌었나봐요. 아가씨 때는 제 몸뚱아리 하나니까 굉장히 무

모한 짓도 하고 술도 밤새 마시고 뻗고 그랬는데 결혼하고 나니 안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거예요. 그런 제약들을 겪으면서 아련해지

는 생각들이 생기더라고요. 본 쓰면서 나츠카 죽을 때 주책없지

만 펑펑 울었어요. 본이 예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길게 나왔고 형

식적인 것보다 내용적인 것, 감정적인 것이 더 보이더라고요. 그걸

연출도 OK를 하셔서. 물론 이번 작품도 연출 성향상 극사실주의로

갈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감정의 교류가 그득했으면 좋겠어요. 젊

은 사람들 정사진 같은 것 볼 때 그 사람들 인생 잘 모르지만 청춘

이라는 것이 너무 아깝잖아요. 사랑… 혹은 아련함, 슬픔 같은 것이

배어나서 다 같이 한번 울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사실

젊을 때는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나이 먹으면 사

실슬퍼도잘안울게되고잘안웃게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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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으로찾아가는연극

극단동숭무 의임정혁 표별명은다람쥐다. 배우오광록이붙여줬다. 잠시도가만히있지못하고부지런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그런 그가 다른 극단들은 어떻게 해서든 학로에 입성(?)하려

고 하는 것과 달리 학로가 아닌 곳을 선택했다.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아니면서 말이다. 물론

학로를 떠나는것은아니다. 올9월엔 학로소극장에서 정기공연도 올라간다. 다만7년전, 왜굳이연극을

학로라는 장소에 한정 지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임정혁 표가 단원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일을 벌

을뿐이다. 그의별명에걸맞게일단저지르고봤다.

“연극예술은 관객이 있어야만 성립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니 학로에만 있을 게 아

니라 우리가 직접 관객들을 찾아가면 되잖아요. 처음엔 다들 겁도 났죠. 학로에서부터 걸으면서 200군데도

넘게 장소를 물색했어요. 그러다가 지금 이 공간을 찾아냈는데 지역 주민들도 여기선 어려울 거라며 걱정하셨

어요. 하지만 해보니 별 일 아니에요. 정말 오랜만에 진짜 연극하는 기분이 들어요. 외로운 곳이긴 하지만 너무

행복하고 연극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 연극도 신촌에서 시작해서 명동으로 갔다가 지금 학로에

자리잡은 거잖아요. 또 움직이게 되겠죠. 우린 좀 더 먼저 움직여서 터를 닦는 것뿐이에요. 마음 같아선 노원구

나 도봉구에도 만들고 싶어요(웃음). 겁은 나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다른 극단들도 지역에 소극장을 만들고

직접 관객들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관객의 입맛에 맞추는 연극이 아니라, 관객이 공감하고 돌아가는 길에 자

신에 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는 게 진짜 연극이잖아요. 그런 연극을 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봤으

면좋겠어요. 이릴레이는말그 로계속될겁니다. 죽을때까지요(웃음).”

-연출가임정혁

관객은 이런 곳에 소극장을 만들었다는 것에 해 신기해하는 일반 관객들과 지나가다가 여긴 도 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 하

는 지역 주민들 반반이다. 스튜디오 규모도 아담하고 직접 단원들이 만든 조명(케첩깡통)에, 방음벽(계란판) 덕분에 분위기가 아

늑하다. 지역 주민들 중에는 매일 들리는 관객도 있다. 태어나서 처음 연극이란 걸 본다며 도리어 고맙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다.

가끔 과일이나 막걸리, 빵을 선물로 받기도 한다. 연극이라는 예술장르가 어떻게 관객들과 만나야 하는지에 해 깊은 고민에서

얻은값진경험으로보여진다.

동화같이아름다운우리네삶의이야기

<동화씨 커피 좋아하세요?>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번 창고개방을 기획하면서 어떤 작품들

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말 그 로 창고개방의 의미를 살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극단에서 올렸던 작품 중 인기가 있었던 것에서

부터 아예 발표된 적 없는 것까지, 밝고 유쾌한 내용에서부터 무거운 부조리극까지… 말 그

로 극단의 창고를 모두 열고 꺼낸 것들이다. 시즌 1에 올렸던 < 감놀이>는 임정

혁 표가 취미로 배웠다가 아예 전수까지 받게 된 연희굿에 여러 가지

연극적 요소를 추가해 만든 작품이다. 일부러 5월8일 어버이날 지역

어르신들을모셔서공연했다.

평단과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백수의 꿈>에 이어 <동화씨

커피 좋아하세요?>와 이후의 몇 편의 작품들은 미발표된 것들로

극단동숭무 를좀더가깝게느낄수있는계기가될것같다.

_전상희(객원기자, [email protected])

사진_최윤우기자([email protected]) & 극단제공

20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21

프리뷰

극극단단 동동숭숭무무 ‘‘창창고고개개방방 연연극극릴릴레레이이 시시즌즌33’’<<동동화화씨씨 커커피피 좋좋아아하하세세요요??>>

끝끝나나지지 않않는는 노노래래를를 부부르르자자

미아삼거리역4번출구로나와길을따라걸어간다. 익숙한동네의풍경들이눈에담긴다.

마침잘익은과일들은빨주노초파남보색색깔을뽐내며슈퍼앞에서한껏잘난척중이다.

저녁장을보러나온아줌마들의스트리트토크쇼는끝날줄을모른다. 하지만이런낯익은모

습을 훑는 눈길의 끝에 뭔가 어색한 단어가 걸린다. ‘studio 동숭무 .’겸연쩍은 듯 걸려있는

간판앞을동네꼬마들이왁자지껄떠들어 며지나간다. 왠지낯설다. 하지만왠지즐겁다.

작은동네에서낯선즐거움을만나게해준그곳은‘극단동숭무 ’의새로운아지트 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극단 동숭무 ’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왜 학로에만 소극장이

몰리나, 왜 학로에서만 연극이 올려져야 하는가’라는 소박하지만 범한 고민의 씨앗이 싹

을 틔워 열매를 맺은 것이다. 미아삼거리라는, 관객에겐 조금은 낯선 곳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동숭무 창고개방, 연극 릴레이’를 진행하고있다. 지난 2개월 동안 시즌 1 < 감놀이>와 시

즌2 <백수의꿈>이올려졌고7월13일부터시즌3 <동화씨커피좋아하세요?>가공연된다.

시즌은연극만바뀌고계속이어질예정이다. 릴레이는달리기에만있는건아닌모양이다.

일시 : 7월13일�8월17일목금8시,주말4시, 월화쉼

장소 : studio 동숭무 (미아삼거리)

작∙연출 : 임정혁

출연 : 이진우, 김성태, 손인용, 홍경아, 류은선외

문의 : 02-765-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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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25주년극단완자무늬와연극<팽>

극단 완자무늬는 1984년에 故 박재서, 배우 명계남, 연출가 김태수 등에 의해 창단됐다. 시 적으로 어려운 시기 으나 연

극계는 오히려 창작에 한 열의와 활력이 넘쳤던 시기 다. 이 세 사람은 연세 학교 동문으로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함

께 활동했다. 졸업 후 작가 박재서는 연극계에 직접적으로 몸담고 있지 않았지만 명계남과 김태수는 연극의 길로 들어 선지

꽤오랜상태 다. 어느날 박재서가희곡「팽철학」을가지고와극단을만들어보자고제안을하게된다.

희곡을 받아선 두 사람은 희곡이 좀 촌스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

다. 그 때만 해도 해롤드 핀터의 희곡을 공부하고 매력을 느끼던 터라 마

당극형식으로 된 풍자노름이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1984년 전통문향인 완자무늬가 극단의 이름으로 자리매

김 하게 되었다. ‘우리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연극

이라는 장르에 시 의 이슈를 옮겨놓았다. 점차적으로 명계남과 김태수

는 박재서의 작품을 통해 희곡 속에 숨어있는‘놀이’를 발견하기 시작했

다. 이들은 주말이면 석촌호수

에서 열리는 서울놀이마당에 참

여하는 등 우리 것에 한 소중

함을알아가기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극단 완자무늬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그들

은 시 정신의 표출에 힘써온

극단으로서 전통연희의 맥락 속

에 있는 박재서의 작품과 상생

의 정신을 일깨우는 김지하의 작품, 그리고 벨벳 혁명을 이끈 하벨의 작품 등 문제

작가의 작품을 공연했다.(여담이지만, 연극운동으로 저항해 체코 통령이 된 하벨

의 작품 <청중>을 공연한 덕분에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 노태우 통령이 극단

을 청와 로 초청했었다.) 또한 잃어버린 한쪽 정신을 찾는‘월북작가 시리즈’, 우

리 자신을 찾아가는 구도적 정신을 담은‘심우도 시리즈’를 기획 공연했으며, 그 밖

에도 <늙은 창녀의 노래>, <살인놀이>, <작은할머니>, <수레바퀴>, <의자는 잘못 없

다>, <선>, <도라산아리랑> 등작품을무 에올렸다. 극단완자무늬는이제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그 때의 마음가짐을 되살리기 위해 창단 작품이었던 <팽>을 무

에올린다.

1984년에 초연 되었던 <팽>은 돈에 미쳐 팽� 돌아버린 한

사내를 통해 암울했던 시 에 살고 있던 관객들을 잠시

나마 한바탕 웃게 했던 작품이다. 2008년, 그 시 를

풍자했던 희곡이 별다른 각색 없이 다시 올려 질 수 있

다는 것이 약간 서 프다. 물론 5.18광주항쟁과 6월 민

주항쟁, 통령직선제 쟁취, 노동자 투쟁들이 일어났

던 80년 와 지금의 시 는 색깔자체가 다르다. 80년

가 짙은 붉은색 이었다면(그것이 열정이든, 분노든, 민

주화를 위한 투쟁이든), 지금 살고 있는 시 는 도 체

가 무슨 색인지 모르겠다. 과거를 바라보는 시점이 아

니고 현재라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저항할

것이 있지만 그것이 너무 불분명하고 상 적이라는 데 가

끔맥이빠질때가있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시청에 모 고, 넥타이 부 들이

보인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지금의 촛불집회와 87년 6

월민주항쟁을같은맥락으로비교한신문기사를본적이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불거진 6월 민주항쟁과

쇠고기파동으로 불거진 촛불집회… 20여년이 지난 지금,

비록 그 색깔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변한 것이 없

는 삶의 모순 속에 다시 맞닥뜨린 세상이 있다. 80년

를 지나고 연극무 는‘할 말’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

다. 90년 를지나면서인간으로서의자존감에

해 언급하는 것은 진부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

러나 부조리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

들의 현실처럼, 연극무 도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25년의 세월을 뛰어넘

어 다시 공연되는 연극 <팽>이 그저 고루한

옛날이야기로멈춰있지않은것처럼.

극극단단 완완자자무무늬늬<<팽팽>>

돈돈에에 미미친친 세세상상을을풍풍자자하하고고 야야유유하하다다!!

프리뷰

22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일시 : 7월3일�7월20일

화수목금8시, 토5시8시, 일공3시

장소 : 게릴라극장

작 : 박재서 연출 : 김태수

출연 : 정재진, 이혜연, 차순배, 유일정, 전지애

문의 : 766-0773, 763-1268

Page 5: 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77.pdf · 18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19 한바탕토악질같은눈물 의이야기는1945년동경의댄스홀에서시작된다.

24 The Korean Theatre Review 2008. 7

“이번 공연은 작은 풍자마당이 될 겁니다. 소박한 집안마당에서 한바탕 놀아보는 것처럼 관객도 신

명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무 에 멍석이라도 깔고 막걸리라도 받아놓고 한 사발씩 관객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또 공연 중간에 기자회견 장면이 있는데 관객에게 질문지를 건

네주고외신기자역할을맡게할생각입니다. 뭐질문은“쇠고기파동을어떻게생각합니까?”라는

질문 등 현재의 문제를 다뤄 볼 생각이죠. 만약 그런 질문을 팽철학이 받는 다면 인터넷에서 본 내

용을 빌려“전 노무현 통령은 조.중.동과 싸웠다면 이명박 통령은 초.중.고와 싸우는 중입니

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바라는 바는 이 사회에 한 풍자를 넘어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에

한자성의계기가일어나길바랍니다.”-연출가김태수

이시 의보기드문욕쟁이작가박재서

올해는 작가 故 박재서 선생의 15주기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극단 완자무늬 표 김태수의 말에 의하면‘주류’가 아니라‘비주류’라서 그런 것 같다

고. 그렇게 많은 그의 희곡들이 공연됐음에도 불구하고‘비주류’라는 테두리 안에 이

렇게조용히15주년을맞는이유는무엇일까?

“오늘의 극작가 박재서의 <하나님 비상예요>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에

온통욕설과 야유가 쏟아져 나온다. 외모로는 과묵한 정도를 넘어 근엄하게까지

보이는 그이건만 작품 속에서는 아주 저돌적이고 과민하다 할 만큼 욕설과 외

설과야유를마구퍼부어 는까닭에관객들의마음을당황하게하거나때로는

싸늘하게해준다. 확실히그는우리시 의보기드문욕쟁이의한사람이다.”

-‘새로운판놀음과재담극의시도’라는박재서의작품평에서발췌-

박재서스스로도자신의희곡집서문에“그렇다. 내가써온것은결단코풍자는아니었다. 야유도아니다.

야지 고 욕설이었다. 왜 그랬냐고 묻지 마시라. 야지와 욕설이 내 뜻에 맞기 때문이다. 단히 후회스러

운 것은 더 지독하게 욕을 못한 것이다. (중략) 목적은 야지요. 소재는 욕해 줄 이들이고 평소에는 욕해서

는 안 될 상 에게 마구, 그것도 맹렬하게 퍼 야 했다. 약간 웃겨야 재미가 있을 게고, 나 또한 조금 먼저

웃으면서지독한시름을잠시라도잊을수가있을것이아니냐가나의 본꾸미기의 부분의동기다.”라

고적혀있다.

그의 작품이 처음 무 에 올려 졌을 때 반응은“이런 작가가 있었나?” 다. 그가 구사하는 특유의 풍자와

야유는 관객들의 답답한 곳을 시원스럽게 어주었다. 박재서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전통적인 판놀음과

재담극을 계승하고 현 화하려는 것이었다. 80년 마당극은 적극적인 현실참여∙현실개혁의 연극으로

서‘마당굿’이 되어야 한다는 정신이 지배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시기 다. 야외극에서 새롭게 극장주의

마당극이올려지기시작했던그당시박재서의작품은풍자극으로주목을받기시작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로 등단한 故 박재서의 희곡으로는「팽철학」(공연제목 <팽>),「어떤 목사님」(공연제목

<하나님 비상이에요>), 「AD313」, 「여자만세」, 「못생긴 미녀」등이 있다.

_김민준(객원기자, [email protected])

사진_서동신(maroblue studio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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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철학에게는돈이최고다

물질이최고인이세상을향해그의시원스러운욕설을기 했

는데「팽철학」은 그다지 강도가 세지는 않다. 그의 희곡집에

적혀 있는 로라면 그는 자신을 웃기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많은실패와좌절로인해병까지든고등실업자라고 자신을표

현하고 소망이 없는 자신을 누가 웃겨주면 얼마나 고마울까라

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비참한 남을 웃기

는 공덕을 쌓기 위해 을 써보자는 결심으로 탄생한 것이 <팽

>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말하는 야지와 욕설은 아직까지 본격

적으로고개를든것같지않아보인다.

<팽>은 일확천금을 한꺼번에 성취하고자 하는 세태를 비웃는

작품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짚세기귀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행기를 격추시키고라도 일확천금을 얻게 해달라는 팽철학

이 등장한다. 천 삼백 억을 내놓으라는 팽철학의 요구에 귀신

은 그걸 주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 하고 연탄

장사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팽철학에게

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라이터로 짚세기귀신이 살고

있는 짚신을 태워버리겠다고 협박을 해, 귀신은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미스코리아, 천삼백억, 졸 이렇게 삼박자

가어우러진신부감허명화을찾아주고그녀의마음을얻기위

해 비행기까지 격추시키는 수고를 해 결국 팽철학은 허명화의

생명의 은인이 된다. 그러나 그와 결혼하기 위해 팽철학을 따

라다니는 미스 오에 의해 모든 계획은 실패 한다. 그리고 이 모

든것이간밤의꿈인것을알게된다.

황당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이 시 의 풍자요 야유며, 주인

공 팽철학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왜곡된 우리 모습, 내가 살

기위해서누군가죽는것은상관없다는식의자본주의와신자

유주의 시장경제 속에 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돈이 최

고라 돈에 미쳐 팽! 돌아버린 사회를 끄집어내 한바탕 웃음으

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극의 형식은 전통연희에 기 어

마당놀이의열린구조로풀어진다.

멍석이 깔린 마당과 울타리를 둘러싸고 한바탕 웃어젖혔던 마

당놀이처럼 객석이 열려 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이다. <팽>의초연을보았던연출가이윤택은“이골때리는작

품, 초연 때랑 똑같이 하실 거죠?”라며 김태수 연출에게 묻는

다. 그러면서‘2008년 게릴라극장 기획전’과 올여름‘ 양연

극제’에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