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네오맑스주의

네오맑스주의의 탄생

루카치와 계급의식

그람시와 헤게모니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계몽의 변증법

브레이버만의 노동과정

월러스틴과 세계체제

포스트맑스주의

네오마르크스주의의 탄생

20세기 초반 당시 맑스주의 이론가들은 자본주의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믿었다. 자본주의가 여러 형태로 변화하지만, 필연적으로는 스스로 초래한 위기로 인해 붕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경제결정론과 과학주의 역사관은 (1919년 독일) 혁명의 실패와 자본주의의 장기적 지속으로 커다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비해 루카치, 그람시, 프랑크푸르트 학파 이론가들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학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장기간 자본주의는 안정화되고 내구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 여겼다.

루카치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루카치, <소설의 이론>, 1920)

헝가리 출신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카치(György Lukács, 1885~1971)는 ‘서구 마르크스주의’(Western Marxism: 메를로 퐁티의 용어)의 대표적인 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

당시에 유럽의 맑스주의 이론은 자본주의의 경제적 법칙의 필연성을 강조했지만, 루카치는 ‘계급의식’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러시아 혁명 5년 뒤에 출간된 <역사와 계급의식>(1923)은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비롯한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경향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총체성

루카치는 헤겔적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총체성’이라는 이용하여 베버를 비롯한 부르주아 철학의 이율배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합리화’ 경향에 대한 베버의 통찰을 높게 평가했다.

베버의 합리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개되는 형식적 보편화 현상에 관한 이론적 표현이다. 루카치는 베버의 이론이 자본주의의 원동력과 모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았다.

베버는 합리화와 관료제화에서 탈출하는 길은 각자 고유한 신(고유한 가치)을 섬기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루카치는 객관적 체계와 주관적 개인, 필연과 자유 사이의 이러한 이원론은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사물화

‘물화(사물화)’ 개념은 헤겔의 ‘외화’와 맑스의 ‘상품 물신숭배’라는 개념을 존재론적으로 일반화하려는 것이다.

물신숭배는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마치 상품들 사이의 관계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물신숭배는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 모든 것이 상품으로서 생산되고 교환되고 소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화 개념은 모든 사물이 상품화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존과 의식까지도 사물로 전환되는 것을 표현한다. “의식의 속성들이나 능력들은 더는 인격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결합되지 못하며, 외부세계의 온갖 대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소유’할 수도, ‘내다 팔’ 수도 있는 ‘사물’로서 현상한다.”

계급의식

맑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허위의식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을 구분했다. 프롤레타리아는 단순히 구조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즉자적 계급’과 계급의식을 가진 ‘대자적 계급’으로 변화한다.

베버는 ‘정신적 프롤레타리아화’라는 표현으로 프롤레타리아의 정신적 능력의 결핍을 강조했지만, 루카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을 혁명적 주체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프롤레타리아가 훨씬 더 철저하게 물화 현상을 겪기 때문에 물화의 근본 구조를 깨닫게 되고 자신들을 집단적인 계급으로 자각하게 된다. “혁명의 운명은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적 성숙도, 곧 그들의 계급의식에 달려 있다.” 혁명의 목표는 계급 구조의 철폐, “계급의 자기 지양”이다.

역사의 주체

루카치에 따르면, “오직 프롤레타리아의 의식만이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줄 수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한, 위기는 영원히 계속되고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며 같은 상황을 되풀이한다.”

루카치는 프롤레타리아를 ‘역사의 주체’, 그것도 역사의 유일하고 보편적인 주체로 제시한다.

그람시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사회당 국회의원이었던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는 1926년 경찰에 체포되었다.

당시 이탈리아 검찰은 “우리는 이 두뇌의 활동을 20년 동안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람시는 감옥에서 <옥중수고>라는 기념비적 저서를 남겼다.

그람시는 “왜 이탈리아에서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이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를 더 지지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질문은 “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람시는 모든 것을 경제적 요인에 환원시켜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와 국가, 문화 등 상부구조가 경제의 반영이라고 보는 반영주의를 비판했다.

정치와 지배

그람시는 정치와 지배에는 “강제와 동의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강제를 담당하는 정치사회와 동의를 담당하는 시민사회로 구분한다.

지배계급이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사회’ (경찰, 군대, 법률 제도 등)와 피지배계급이 자발적으로 또는 비강제적으로 형성되는 ‘시민사회’로 구분한다.

국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계급, 또는 산업자본, 금융자본의 특정 세력이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

국가는 시민사회 영역에 침투하여 사회 각계 각층의 동의를 구하면 헤게모니(hegemony) 지배를 실현한다.

레닌과 그람시

헤게모니 개념은 원래 러시아 혁명가 플레하노프가 사용한 용어이다.

레닌은 헤게모니를 노동자 계급의 혁명 전략의 차원에서 보았지만, 그람시는 계급 관계를 비롯한 권력관계 일반을 분석하기 위한 개념과 역사적 이행 일반을 이해하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레닌은 볼세비키 혁명이라는 ‘기동전’을 주장했지만, 그람시는 노동계급의 헤게모니가 약한 나라에서는 ‘진지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헤게모니 헤게모니는 물리력에 의한 지배력과 달리 피지배계급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국가 기구 외에도 교회, 학교, 미디어 등을 통해 창조되는 헤게모니는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헤게모니는 동의를 제조하고, 문화적 헤게모니는 사고, 감상 방법의 생산을 포함하고, 대안적 전망과 담론을 배제하는 조작을 포함한다.

그러나 헤게모니는 여러 차원에서 도전에 직면하기도 한다. 지배적 담론은 피지배계급의 자발적 동의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모든 사회에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지배적 담론이 존재하는 동시에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저항이 발생한다. 이는 마르크스가 말한 ‘허위의식’과 달리 피지배계급의 문화가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진지전

정치권력에 강조하는 ‘기동전’에 비해 ‘진지전’은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강조한다.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진지전은 장기적 혁명이며, 대중의 의식, 문화, 사고방식, 상식을 바꾸는 지속적 활동을 요구한다.

유기적 지식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헤게모니를 갖기 위해서는 노동계급 대중의 “지적, 도덕적” 지도력이 필요하다.

카톨릭 교회가 성직자 지식층을 창출한 것처럼, 자본가계급은 기술자, 경제학자, 법률가 등 자본주의 경제를 유지하는 지식층을 창출했다.

카톨릭 성직자는 봉건 지주와 특정한 계급관계를 상실하고 사회계급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전통적 지식인’이 되었다.

프롤레타리아는 자기 계급과 연결된 ‘유기적 지식인’을 창출해야 한다.

역사적 지배블록과 수동혁명

정치적 수준에서 도덕적, 지적 수준까지 통합하여 공통의 집단의지를 창출하여 ‘역사적 지배블록’이 형성된다.

‘변형주의’는 지배세력이 동맹 세력의 능동적 요소뿐 아니라 적대 세력의 요소도 점진적으로 흡수하고, 반대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가리킨다. 수동적 동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존 지배 질서의 유지를 추구한다.

‘확장적 헤게모니’ 는 진정으로 다양한 계급의 동맹, 융합의 범위를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민족적, 민중적 의지가 되는 헤게모니를 가리킨다.

‘수동혁명’은 민중적 저항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된 지배세력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배의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람시의 공헌

그람시에 따르면, 이데올로기, 정치, 도덕 등 상부구조는 토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진다. (경제 결정론, 환원주의 비판)

역사는 인간 외부의 객관적 힘, 관계,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투쟁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기계적 과학주의 비판)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비판이론

레닌주의의 영향력은 서구에서 약화된 1930년대 이후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1895-1973)가 주도한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이 새로운 관심을 끌었다.

1937년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사회연구 저널> 제6권에 ‘전통이론과 비판이론’을 발표했다. 전통이론, 즉 ‘부르주아 과학’은 사실과 가치가 엄격히 구분된 가치중립적 인식과 주관성이 철저히 배제된 객관적인 인식을 추구하며 기존의 사회질서를 옹호하고 정당화한다.

비판이론은 사실과 가치 그리고 객관성과 주관성은 변증법적 관계를 이룬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며, 사회의 심층적 구조와 법칙성을 구명하고 사회적 모순을 비판하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를 지향한다.

계몽의 변증법

“왜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 (테오도어 아도르노,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의 변증법>, 1947, 서문).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주의로 프랑스 혁명이 가능했는데, 그 이후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파시즘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스탈린주의라는 야만상태에 빠지는 이유에 질문을 던졌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성과 계몽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성과 계몽이 자연뿐 아니라 ‘제2의 자연’으로서 인간과 사회를 지배·관리하면서 파시즘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고 비판한다.

문화산업과 대중문화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문화산업’이 대중이 스스로 요구하지도 않는 대중문화를 만들어 자본주의의 지배를 강화한다고 보았다.

“문화산업은 타락이다. 그 이유는 문화산업이 죄 많은 바벨탑이어서가 아니라 들뜬 재미에 헌정된 성전이기 때문이다. 즐긴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 고통을 목격할 때조차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즐김의 근처에 있는 것은 무력감이다. 즐김은 사실 도피다. ” <계몽의 변증법>, 1947.

“영화나 라디오는 더 이상 예술인 척할 필요가 없다. 대중매체가 단순히 ‘장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아예 한 술 더 떠 그들이 고의로 만들어낸 허접쓰레기들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된다. 그로써 그들의 생산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아닌가에 대한 의심은 충분히 제거된 것으로 간주한다.” <계몽의 변증법>, 1947.

문화산업과 자본주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은 텔레비전, 라디오, 책, 잡지, 신문, 대중음악을 생산하는 조직을 가리킨다. 이는 또한 박물관, 광고회사, 스포츠 단체와 같은 문화조직도 포함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문화산업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거나 무관심하게 만들어 현상유지를 위한 수단이 된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산업이 지배문화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문화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본주의와 모순되거나, 또는 심지어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도구적 합리성

호르크하이머는 <도구적 이성 비판> (1967)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은 현대 산업 사회 문화의 저변에 놓여 있는 합리성 개념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며, 현대 사회의 위기의 원인을 도구적 합리성으로 지적한다.

자연의 신화적인 힘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 계몽의 수단으로 생겨난 합리적 이성이 자연에 대한 승리를 구가해 온 문명화 과정에서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하였다.

호르크하이머의 철학은 이성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아니라, 이성의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도구적 이성으로 왜곡된 계몽을 계몽하려는 철학이다.

마르쿠제

마르쿠제(Herbert Marcuse: 1898-1979)는 독일 출신의 철학자로 하이데거의 제자이었다가, 나중에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관여했다. 1940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후 미국 대학에서 활동하였다.

마르쿠제는 ‘현대 기술의 몇 가지 사회적 함의’(1941)에서 나치의 제3제국은 현대의 “테크노크라시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테러리즘과 강압이 나치즘의 지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나치스의 전체주의적 지배의 핵심에는 기술적 합리성의 양가성이 존재한다.

“국가사회주의는 고도로 합리화되고 기계화된 경제 및 극히 효율적인 생산성이 또한 전체주의적 억압 및 지속적인 물질적 희소성의 이해관계를 위해 작용할 수 있는 방식들에 대한 놀라운 사례 중 하나다.”

일차원적 인간

“파시즘과 국가사회주의의 패배는 전체주의로의 조류를 중지시키지 못했다. 사유의 영역만이 아니라 사회 영역에서도 자유는 퇴보하고 있다.” (마르쿠제, <이성과 혁명>, 1954 재판 서문)

마르쿠제는 서구 자유주의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생활의 안락을 늘리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적 기구에 복종”(<일차원적 인간>)한다고 보았다.

마르쿠제에 따르면, 개인들이 가진 욕망은 ‘허위 욕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지배계급이 만든 욕망을 자신들의 자율적인 욕망이라고 믿고 있다. 상품의 보편화가 가능하게 만든 평준화된 삶의 양식이 지배하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 욕망을 추구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프랑크푸르트 학파 평가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마르쿠제를 중심으로 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자본주의 사회의 심층적 구조와 그 모순의 본질, 즉 도구이성, 일차원적 사회, 물화, 상품화, 권위주의 성격, 총체적 관리사회, 억압사회, 문화적·미학적 야만성 등을 독창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인간과 개인의 해방을 이루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에 대한 논의는 추상적 한계를 가지며, 궁극적으로 비관주의에 경도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브레이버만과 노동과정

브레이버만(Harry Braverman)은 <노동과 독점자본>(Labor and Monopoly Capital, 1974)에서 독점자본 시대의 노동과정(labor process)을 분석했다.

브레이버만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계속 엄격해지는 관리적 통제로 노동이 파편화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로 격하되면서 노동의 저등화(degradation)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현대적인 관리, 기계화, 자동화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생산 방법은 노동의 종속과 ‘탈숙련화(de-skilling)’을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 그는 생산관리의 이상적인 목적은 업무의 세분화와 특수한 분화를 통해 모든 노동자를 통제하고 자율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보았다.

브레이버만의 이론은 산업과 경제를 지나치게 탈숙련화라는 일방적 변화의 과정으로 묘사하고, 산업별 차이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러스틴과 세계체제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분석단위로서의 자본주의적 ‘세계체계(World-Systems)'의 역사적 과정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였다(월러스틴, <세계체제론>, 1999).

세계체계 이론은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사고함으로써 사회과학에서 지구화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중대한 공헌을 하였다. 세계체계 이론은 어떤 사회의 내부적 경제과정이 세계체계로부터 완벽하게 독립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현대의 국민국가를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로 이해하는데 반대한다.

세계체계 이론은 자본주의 세계경제(capitalist world economy)가 지배하는 국제분업 내 변화하는 국가 역할의 차이를 분석하면서 중심부(core), 반 주변부(semi-periphery), 주변부(periphery) 국가의 위계질서 속의 상호관계를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세계체제

세계체제론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조직이 국민적 차원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질서는 15세기경에 자본주의적 농업의 진화와 함께 유럽에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다.

세계 체계론의 경제학은 프랑크(A. G. Frank)의 ‘메트로폴리스-위성’ 구조의 개념을 급진적으로 적용하여 중심부, 반 주변부, 주변부로 구별되는 국제분업을 기반으로 한다.

중심부 지역은 산업적 생산체계를 발전시키는데 비해, 주변부 지역은 원재료를 생산하지만 중심부가 설정한 가격에 의존한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사회경제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나라들을 ‘반 주변부’라고 지칭한다. 대표적인 반 주변부의 사례는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을 들 수 있다.

포스트맑스주의

1985년 라클라우(Enrnst Laclau)와 무페(Chantal Mouffe)는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에서 ‘계급 정체성’과 ‘경제 결정론’ 중심의 마르크스주의의 흐름을 비판했다.

마르크스주의의 본질주의를 비판하고, 기존 지배질서에 반하는 헤게모니 구축에 주목한다. 이러한 ‘헤게모니적 접합(articulation)’을 통해 좌파는 급진적인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를 심화·확장해야 한다는 ‘급진(radical)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맑스는 프롤레타리아를 인간해방과 역사적 변화의 담지자로 보았지만, ‘포스트 맑스주의(post-marxism)’는 주류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네그리와 하트(제국), 지젝(라캉주의 정치), 바디우(포스트마오주의 공산주의), 아감벤(호모사케르), 랑시에르(무정부주의 민주주의) 등의 이론과 철학은 급진적 해방의 정치적 담론으로 부상했다.

맑스주의의 쇠퇴

1960년대 부흥했던 네오 맑스주의는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영향력은 급속하게 약화되었다.

서구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속에서 사라지거나 다원주의적 경향의 이론과 연계를 갖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이론과 분석 맑시즘(analytical Marxism)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분석 맑시즘은 더 좋은 사회를 추구하는 맑스의 사고를 제외하고 맑스의 노동가치설, 정치경제학, 계급투쟁론을 대부분 부정한다.

현대 마르크스주의의 정치적, 학문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쇠퇴하는 것은 현대 사회이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19세기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마르크스의 통찰력은 사회학의 이론적 사고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